5년 전 귀농해 굼벵이 농사 시작…사육 쉽고 약리적 효능 좋아
“굼벵이 300상자를 1년에 3번, 총 900상자를 수확하는데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투자하면 됩니다. 실내에서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습니다. 남는 땅에 오골계, 청계도 키우고 학습장도 만들에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곤충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귀농인이 있어 찾아가 봤다. 일로읍 감돈리에서 ㈜금벵이은벵이 농장을 운영하는 도화종(64세) 대표는 5년 전 귀농해 몽탄면에서 작은 굼벵이농장을 시작했다가 2년 전 아버지 고향인 일로읍으로 농장을 이전해 본격적으로 굼벵이 농사에 뛰어들었다.
약 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부지를 매입하고 농장과 사무실을 지었다. 200㎡(60평) 판넬식으로 지어진 농장은 최신식으로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맞춰진다.
서울살이가 지겨워 찾은 고향에서 대규모로 농사를 짓거나 힘든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 도 대표는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굼벵이를 알게 됐다.
사육도 쉽고, 영양적 가치나 약리적 효능이 좋아 전망도 밝다는 판단에 굼벵이를 선택했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아 굼벵이가 죽어버리는 시행착오도 거쳤지만 원인을 파악하고 곧바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톱밥이 문제였다.
톱밥 관리와 온도, 습도만 잘 맞춰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온도는 27도, 습도는 60%에 맞춰주면 1년에 3번 굼벵이를 수확할 수 있다.
일명 풍뎅이가 알을 낳아서 굼벵이로 성장하고 코쿤(고치)을 지어 다시 풍뎅이가 되기까지 4개월이 걸린다. 굼벵이 10%는 번식에 사용하고 나머지 90%는 제품으로 만든다. 풍뎅이의 먹이는 바나나다.
굼벵이의 정식 이름은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이다. 굼벵이라는 이름에서 거부감을 느낀다는 여론에 따라 ‘꽃벵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굼벵이라는 이미지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제품화를 위해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 믿을 수 있는 청결한 상품을 만든다. 청결의 핵심은 굼벵이 속을 비우는 것. 밀기울 등을 버무려 만든 발효 톱밥을 먹고 사는 굼벵이는 수확할 시기 찹쌀가루를 먹여 톱밥을 모두 배설시킨다. 또 하루 더 굶기면 체내에 있던 찹쌀가루도 모두 빠져나와 깨끗해진다.
속이 빈 굼벵이는 끓는 물에 1분 정도 삶아 내 소독한 뒤 건조해 환이나 엑기스로 만든다. 여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엑기스는 굼벵이가 첨가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다양한 약재들이 나온다. 수부(물)와 토부(흙)에서부터 마지막인 금부(쇠) 등 16부로 구성돼 있고 총 515개의 약재가 나온다. 그 중 여덟 번째인 충부(蟲部)에는 약재로 쓰는 95종의 곤충이 기록돼 있다.
이 중에는 굼벵이에 대한 기록도 있다. 굼벵이의 특징과 채집방법, 절식법, 효능이 상세히 나온다. 혈액과 눈, 피부질환에 효능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도 굼벵이는 악혈과 어혈이 뭉친 증상을 치료한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굼벵이에 혈액응고 억제와 혈전형성 억제, 혈소판응집 억제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 열거한 굼벵이의 효능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보인다.
곤충을 미래의 식량자원이라고 하는 것도 굼벵이를 비롯한 곤충류에는 높은 단백질 함량과 칼슘 마그네슘, 인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굼벵이는 버릴 것이 없다. 사육과정에 나오는 분변까지 친환경퇴비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발효톱밥을 굼벵이의 먹이로 주면 미생물 단백질은 흡수하고 미분해 된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는 장 내 미생물이 추가로 분해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분변은 냄새도 없고 유기질 함량이 40% 이상으로 높아 완전히 부숙을 시키면 채소나 과수 재배에 필요한 최상의 친환경 퇴비가 된다.
도화종 대표는 올해 사과대추 70주를 비닐하우스에 심었다. 앞으로 노지까지 확장해 500주로 늘릴 계획이다. 주당 10만원의 소득을 목표로 굼벵이 분변을 활용해 재배할 생각이다.
도화종 대표는 “300상자를 1년에 3번, 총 900상자를 수확하는데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실내에서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다”면서 “남는 땅에 오골계, 청계도 키우고 학습장도 만들에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