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과 민물 섞어 키운 진짜 ‘풍천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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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민물 섞어 키운 진짜 ‘풍천장어’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4.08.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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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20톤 생산 38억 매출…해제 황토골민물장어 김재천 대표
고소하고 담백한 맛…장어 특유의 흙냄새 없어 아이들이 선호
■황토골 무안 농어촌이야기…“무안에서 행복을 찾다!”

“민물장어 하면 요즘 ‘풍천장어’를 많이 떠올리는데 진짜 ‘풍천장어’는 예부터 바닷물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기수역에서 잡힌 장어를 말합니다. 그래서 바람 풍(風) 내 천(川) 자를 써서 ‘풍천장어’라고 했지요.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서 염도 0.5%에 맞춰 황토골민물장어에서 양식한 장어야 말로 진짜 ‘풍천장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태’로 유명한 해제면 창매리 바닷가에서 20년째 민물장어(뱀장어) 양식을 하고 있는 황토골민물장어 김재천(65세) 대표는 장어 특유의 흙냄새 없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장어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 120톤을 생산해 약 38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열심히만 하면 “대통령보다 나은 직업”이라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해제 황토골민물장어 김재천 대표
해제 황토골민물장어 김재천 대표

◆발전기값 150만원 받으려다 양식장 통째로 인수

삼향읍 남악리 안동마을이 고향인 김재천 대표는 원래 직업이 장어양식업이 아니었다. 누군지도 모르고 빌려준 발전기가 인연이 돼 20년 전 창매리로 들어오게 됐다. 당시 시골은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양식장이나 돼지사육을 하려면 정전 등 비상시를 대비해 발전기가 필수였는데 마침 장어양식장을 건설한다는 곳에 발전기를 빌려줬다.

하지만 임대료가 입금되지 않았고 밀린 임대료 150만 원을 받으려고 창매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장어양식장을 짓는다는 사장이 그가 알고 있던 후배였던 것. 자금난에 시달리던 후배에게 발전기 임대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4000만 원을 더 빌려줬다.

하지만 그 후배는 결국 양식장을 완공하지 못하고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김재천 대표가 이 양식장을 통째로 인수해 준공한 뒤 운영까지 하게 됐다. 지금은 장어양식이 본업이고 발전기회사가 부업이 됐다.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 염도 0.5%의 물로 양식하는 황토골민물장어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 염도 0.5%의 물로 양식하는 황토골민물장어

◆태풍피해로 24억 원 빚더미 위에 앉아

준비 없이 과감하게 장어양식에 뛰어들었지만 그럭저럭 장어는 잘 컸다. 바닷물 관정 3개, 민물 관정 3개를 확보하고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서 염도 0.5%로 양식하는 신기술을 도입해 최고의 수질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일생일대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12~13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태풍피해를 크게 입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붕에 씌워둔 보온장치가 태풍에 가루로 부서진 뒤 양식 수조에 쏟아지면서 장어의 아가미를 막아버려 키우던 장어 모두가 폐사해버리고 말았다. 치어값을 포함해 피해액만 24억 원에 달했다.

친척들에게 빌린 돈, 목포 공장을 담보로 빌린 돈이 모두 빚더미로 남아 양식장은 물론, 공장도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나쁜 생각을 갖고 산에 올라가려 했다”고 김재천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하늘이 돕는 일이 그에게 벌어졌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현금 2억 원을 종잣돈으로 치어를 입식할 수 있었다. 당시 치어 한 마리가 가장 비쌀땐 5000~6000원을 호가해 입식을 엄두도 못 냈는데 마지막 끝물에 2억 원만큼의 치어를 넣을 수 있었다. 아는 후배가 마리당 800원 꼴로 수조를 채워준 것. 치어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바닷물 양식 덕분인지 이 치어들은 1년 만에 성어로 잘 자라줬다.

그때 기적은 또 한 번 일어났다. 그가 장어를 출하할 무렵 장어양식 역사상 가장 높은 1kg당 6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형성됐다. 현재 가격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된다. 24억 원이라는 빚을 1년 만에 대부분 청산할 수 있었다.

사료를 먹고 있는 민물장어

◆연간 120톤 출하 38억 원 매출…잡냄새 없이 고소한 맛 일품

전체 면적 2500평(8250㎡)에 순환여과식 16평(52.8㎡)형 양식수조 32개를 갖춘 황토골민물장어에선 연간 120톤의 장어를 생산해 38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염도 0.5% 양식수조에서 자라는 장어는 병이 적다. 미생물도 아낌없이 먹이고 양파즙을 먹이기도 한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고소하고 담백해 4~5세 아이도 거부감 없이 장어를 먹을 수 있다.

김재천 대표는 “장어를 항생제 덩어리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1년에 한두 번 병이 정말 안 나을 때나 쓰는 것이 항생제”라면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그는 “장어는 요물이다. 주인 발자국소리를 안다”면서 “열심히만 하면 배반하지 않는다. 대통령 부럽지 않은 직업이 장어양식”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김 대표는 2~3년 안에 장어양식을 배우고 있는 아들 선호(41세) 씨에게 양식장을 물려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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