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개량과 철저한 사양 관리가 두 번의 대통령상으로
“80년대 4-H 활동을 하면서 읽은 책에서 ‘부지런한 농부가 재래종 돼지로 100근(60kg)을 만들긴 어렵지만 게으른 농부라도 개량된 신품종으론 100근 돼지를 만들 수 있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축산업을 시작할 당시엔 개량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을 때였는데 종축개량협회와 30년 넘도록 노력한 결과가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상 2회 수상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한우 경매 사상 최고가인 ‘9058만원’을 기록한 영암 푸른농장 서승민(62세, 몽탄중 4회) 대표는 올해 26회째를 맞은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최초 대통령상 2회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무안군 몽탄면 내리가 고향인 서 대표는 40년 사육경력을 자랑하며 현재 300두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몽탄이 고향 20대에 영암으로
서승민 대표의 고향은 몽탄면 내리다. 몽탄에서 나고 자라 농업의 꿈도 몽탄에서 키웠다. 젊은 시절 4-H 활동을 하면서 여러 농업분야를 접했고 한우 사육에 대한 꿈도 그때부터 키웠다.
군대를 제대하고 몸이 좋지 않아 6개월 동안 요양도 했던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 몽탄면 사창리 초당산마을에서 한우를 사육하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친척이 농사를 짓고 있는 영암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당시 소규모로 한우를 사육했는데 그가 본격적으로 개량에 뛰어든 건 약 30년 전이다.
20대에 4-H 활동을 하면서 읽은 책에서 본 내용이 그의 가슴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농부가 재래종 돼지로 100근을 만들긴 어렵지만 게으른 농부라도 개량된 신품종으론 100근 돼지를 만들 수 있다.’
◆오로지 종자 개량만이 살길
그는 좋은 밑소(암소) 만들기에 전념했다. 거세라는 개념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 그는 이미 좋은 정액 사용을 넘어 개량의 밑바탕이 되는 씨암소를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20여년 전 암소 초음파를 찍어준 한국종축개량협회와 인연을 맺으며 꾸준히 개량에 집중, 좋지 않은 암소는 도태하고 좋은 소는 다산으로 가져가 우량한 밑소를 확보했다. 아무리 좋은 정자를 수정했더라도 암소가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것이 승부처였다.
꾸준히 개량하던 중 다른 농장에 분양해 준 자신의 송아지가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을 보고, 2006년 직접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개량의 열매는 쉽게 맺어지지 않았다. 한우능력평가대회에 꾸준히 문을 두드렸지만,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2012년 첫 대통령상 영예…2023년 2차 수상 ‘새역사’
그가 전국 최고라는 명성을 얻기까지 6년이 걸렸다. 마침내 2012년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한우사육 명인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당시 그가 출품한 소는 도체중 467kg으로 6904만원에 낙찰됐다. 종전 기록 3336만원을 두 배 넘게 갱신하는 쾌거였다. 이날 서 대표의 또 다른 종합우승 축도 6000만원 가까이 낙찰되면서 한우 두 마리로 1억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기쁨도 맛봤다.
이로부터 11년 후인 2023년 그가 출품한 한우가 또다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6년 한우능력평가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 대표는 이번에도 최고 낙찰가격을 갱신했다.
그가 출품한 한우는 출하체중 1028kg, 도체중 647kg, 등심단면적 171㎠, 등지방두께 11㎜, 근내지방도 93, 육량지수 63.84의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낙찰가가 ‘9058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서 대표는 2014년(17회) 축산물품질평가원장상, 2019년(19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2020년(23회) 한국종축개량협회장상, 2022년(25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상을 수상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 명인이다.
“고곡가, 고물가 시대에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량의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를 얻게 돼 더 의미가 크다”는 서승민 대표는 “개량에 매진하면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사육 노하우를 공유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타지에서 살다 보니 항상 고향이 그립고 고향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미풍이라도 자주 불었으면 한다”면서 “고향에 좋은 일을 하고싶다”고 덧붙였다.